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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찍은 1분 영상, AI가 자폐 위험 조기 선별한다
기사입력 2025-10-14 오전 10:22:00 | 최종수정 2025-10-14 오전 10:22:52

부모가 집에서 촬영한 짧은 영상을 인공지능이 분석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 판별

서울대병원 주관 공동연구에서 AUROC 0.83, 정확도 75% 달성… 조기 개입 가능성 확인

 

 

   이제는 집에서 찍은 짧은 영상만으로도 자폐 아동을 조기 선별할 수 길이 열렸다. 서울대병원이 주관하고 세브란스병원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부모가 촬영한 1분짜리 영상을 분석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모델은 AUROC 0.83, 정확도 75%의 성능을 보였으며, 위험 아동을 빠르게 가려내 조기 개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 성과는 네이처 자매지 ‘npj Digital Medicine(IF 15.1)’ 최신호에 게재됐다.

 

자폐스펙트럼장애(ASD)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반복적 행동으로 나타나는 대표적 신경발달장애다. 전 세계적으로 약 6천만 명, 국내 아동의 약 2%가 겪고 있으며, 조기 진단이 치료 효과와 예후를 크게 좌우한다. 그러나 실제 진단은 평균 3.5~4세 이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평균 진단 연령은 54개월이고, 한국에서도 대형병원에서 1~2년을 기다리는 경우가 흔해 만 2세 이전의 최적 개입 시기를 놓치기 쉽다. 기존 검사(ADOS, ADI-R)는 전문가가 장시간 대면 평가를 해야 하고, 보호자 설문(M-CHAT, SRS-2 등)은 정확도가 낮아 조기 선별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와 융합의학과 김영곤 교수 연구팀이 주도했으며,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를 비롯한 국내 9개 의료기관이 참여했다. 연구 대상은 생후 18~48개월 아동 510명으로, 이 중 자폐 아동은 253명, 정상 발달 아동은 257명이었다.


 

▲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 융합의학과 김영곤 교수, 김동영 연구원, 도례미 연구교수

  

연구팀은 부모가 아이에게 △이름 부르기 반응 △간단한 모방 행동 △공 주고받기 등 세 가지 과제를 시켜 각각 1분 이내로 촬영하게 했다. 영상은 모바일 앱을 통해 연구팀에 전송됐으며, AI가 이를 자동으로 분석했다.

 

 

▲ AI 기반 자폐스펙트럼장애 조기 선별 과정: 이름 반응, 모방, 공놀이 영상을 분석해 음성·자세·공 움직임을 행동 지표로 변환하고, 이를 종합해 자폐 가능성을 예측한다.

 

AI는 음성을 인식하고 신체 17개 관절 움직임과 공의 위치를 추적해 △반응 속도 △눈맞춤 시간 △부모의 개입 횟수 △상호작용 시간 등 임상적으로 중요한 행동 지표를 수치화했다. 이 데이터를 과제별 모델에 학습시킨 뒤 세 과제를 종합한 앙상블 모델을 만들어 자폐 위험 확률을 예측했다. AI 모델은 이 과정을 통해 아이의 반응과 상호작용을 수치화해 계산함으로써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 세 가지 과제는 모두 AUROC 0.78~0.81, 정확도 73~75%의 성능을 보였으며 이 가운데 공놀이 과제가 가장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다. 세 과제를 종합한 앙상블 모델은 AUROC 0.83, 정확도 0.75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나타냈다.

 

또한 ASD 아동은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이 늦고 눈맞춤 시간이 짧으며 부모의 개입이 더 자주 필요한 특징을 보였다. 특히 AI가 놓친 사례는 대부분 증상이 경미한 아동이었는데, 자폐로 확진되기에는 애매하지만 발달 지연 등 위험 신호를 보이는 ‘경계성 아동’일 가능성이 있어 조기 관찰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 모델은 ADOS-2나 K-CARS 등 전문 진단 도구가 보여주는 95% 이상의 높은 진단 성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실제 가정에서 촬영한 영상을 활용하기 때문에 접근성과 현실성이 높다. 특히 한 편의 영상을 분석하는 데 평균 14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효율성도 뛰어나며, 전문가의 직접 참여 없이도 위험 아동을 신속하게 선별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나 저자원 국가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고, 대기 시간이 길거나 전문 인력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1차 선별 도구로서 조기 개입을 유도할 수 있다.

 

김영곤 교수(융합의학과)는 “부모가 집에서 촬영한 짧은 영상만으로 자폐를 조기 선별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자동화 도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를 확대해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을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붕년 교수(소아정신과)는 “긴 대기와 높은 비용으로 조기 진단이 늦어지는 현실에서, 이번 연구는 전문가 대면 검사에 의존하지 않고 부모와 임상가의 협력을 통해 짧은 동영상을 기반으로 쉽고 빠르게 자폐 아동을 조기 선별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정신건강센터 발달장애디지털치료제개발(R&D)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병길 기자 bglee@newsonpeople.co.kr 작성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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