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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규명 소아 신경발달장애, ‘비암호화 유전자 변이’ 확인...분자 발병 기전 제시
기사입력 2026-03-30 오후 12:22:00 | 최종수정 2026-03-30 오후 12:22:27

- 서울대병원·고려대, 1만5천여명 유전체 분석해 신경발달장애 환자 0.72%에서 동일한 변이 발견

- 중증 인지·운동 발달 지연, 소두증, 뇌전증, 안면 기형 등 공통된 임상 특징 확인

- “비암호화 유전자 변이→ 유전자 정보 처리 오류 → 신경발달장애 유발”분자 발병 기전 제시

 

 

▲ 한국인 미규명 신경발달장애 원인 유전자(RNU4-2)의 변이 탐색, 임상 특징 및 분자 발병 기전 요약도

 

     국내 연구팀이 1만 5천여 명의 한국인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그동안 원인을 찾지 못했던 ‘미규명 소아 신경발달장애’의 실마리를 풀었다. 질환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인 ‘비암호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고, 환자들의 구체적인 임상 특징을 확인한 것이다. 이 변이를 가진 환자들은 중증의 인지·운동 발달 지연과 함께 소두증, 뇌전증, 안면 기형 등을 공통적으로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연구팀은 이 변이가 유전자 정보 처리(스플라이싱)에 오류를 일으켜 뇌 발달 필수 단백질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광범위한 유전자 오작동을 초래해, 최종적으로 신경발달장애를 유발한다는 ‘분자 발병 기전’도 새롭게 제시했다.

 

 

▲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채종희 교수, 고려대 최정민 교수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채종희·이승복·김수연 교수와 고려대 최정민 교수·홍주현 학생 공동 연구팀은 총 1만 5,450명의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인 미상의 신경발달장애 환자 2,797명을 선별해, 비암호화 유전자 변이의 임상 특징과 분자 발병 기전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신경발달장애는 전반적 발달지연, 소두증, 발작 등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최근 차세대염기서열검사가 널리 쓰이고 있지만, 단백질을 생성하지 않는 ‘비암호화 영역’에 대한 평가는 제한적이어서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최근 해외에서 ‘RNU4-2’라는 비암호화 RNA 유전자에 변이가 있을 경우, 신경발달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에 주목했다. 이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들지는 않지만, 유전자가 만들어낸 정보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잘라 붙이는 ‘스플라이싱’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에 한국인 데이터에서도 동일한 변이와 임상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의 0.72%에서 RNU4-2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으며, 이 중 85%에서는 동일한 변이 유형(n.64_65insT)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질환 원인 유전자와 비교해도 드물게 높은 반복률이다. 특히 변이는 모두 환자에게서 새롭게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부모에게서 유전되지 않은 ‘신생 변이’로 밝혀졌다.

 

해당 변이를 가진 환자들은 모두 중증의 인지 및 운동 발달 지연을 겪었고, 상당수가 걷지 못하거나 말하지 못했다. 또한 많은 경우에 소두증, 뇌전증, 성장 부전, 안면 기형 및 백질 위축 등의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됐다.

 

연구팀은 구조 분석 및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당 변이가 스플라이싱 과정을 담당하는 RNA 구조를 비정상적으로 바꾸어, 유전자 해석에 필요한 중요한 부분(ACAGAGA 서열)이 노출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점을 밝혔다.

 

이러한 결함은 결과적으로 신경 발달에 필수적인 단백질들의 조합과 기능을 무너뜨려, 광범위한 유전자 이상 및 면역·염색체·DNA 대사 경로의 이상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서울대병원 채종희 교수(임상유전체의학과)는 “이번 연구는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가 희귀질환 원인 규명에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앞으로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 등을 통해 환자와 가족들의 전장유전체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되면, 기존 검사로 찾지 못했던 미규명 환자들의 정확한 진단과 유전 상담을 돕고, 나아가 발병 기전 연구와 치료 표적 개발로 이어지는 확장 연구에 핵심적인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 유전학(Clinical Genetics)’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병길 기자 bglee@newsonpeople.co.kr 작성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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