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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조직검사는 그만… 고려대 안산병원 오영택 교수, 액체 생검 부인암 진단 기술 발표
기사입력 2026-04-02 오후 2:01:00 | 최종수정 2026-04-02 14:01

- ‘조직검사 없이도 암 가려낸다’ 메틸화 기반 진단 기술 주목

- ‘병원 밖에서 암 찾는다’ 생리대만으로 암 진단 시대 예고

 

 

▲ 오영택 교수(왼쪽)가 대만 산부인과학회(TAOG 2026)에서 공식 초청 강연 후 감사장을 받고 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산부인과 오영택 교수가 비침습적 정밀 진단 기술을 선보이며 부인암 진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메틸화 액체 생검을 통한 부인종양학의 정밀 진단’을 주제로 지난 3월 28일 대만 산부인과학회(TAOG 2026) 공식 초청 강연에서 발표됐으며, 오 교수는 연구 성과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주최 측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DNA 메틸화’다. 이는 DNA 내의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는 일종의 ‘스위치’로, DNA에 ‘메틸기’라는 작은 화학 물질이 붙으면 해당 유전자의 활동이 꺼지거나 약해진다. 우리 몸은 이 과정을 통해 필요한 유전자만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문제는 암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이 조절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들이 정상 작동하면서 우리 몸을 보호한다. 하지만 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암 억제 유전자에 메틸기가 과도하게 붙는 '과메틸화' 현상이 발생한다. 즉, 우리 몸을 지키는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자궁경부암 진행 위험 94.1% 정확도로 예측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오 교수는 자궁경부암 전 단계인 저등급 병변(LSIL) 환자에서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고등급 병변(HSIL)을 선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탐색에 집중했다.

 

LSIL은 대부분 자연적으로 호전되지만 일부는 암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떤 환자가 고위험군인지를 정확히 감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 HPV 검사나 세포진 검사는 병변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실제 암으로 진행될 위험을 정밀하게 구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오 교수는 고위험군 진단을 위한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기 위해 자궁경부 세포의 다양한 생물학적 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접근을 시도했다. LSIL과 HSIL 환자의 자궁경부 세포를 채취해 바이러스, 유전자, 미생물 등 다양한 생물학적 정보를 통합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나 미생물 환경 정보만으로는 병변의 위험도를 구분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DNA 메틸화 패턴에서는 고위험 병변과 저위험 병변 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두 개의 핵심 유전자(KIRREL3, ADRA2A) 변이를 최종 바이오마커로 도출하고 이를 활용한 머신러닝 기반의 독자적인 고위험군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해당 모델은 정확도 94.1%를 기록했으며 검증 과정에서 고위험군을 단 한 건도 놓치지 않아 민감도는 100%를 달성했다. 민감도는 실제 위험 환자를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능력을 뜻한다.

 

자궁내막암, “질 분비물로 비침습 진단 가능성 제시”

 

이 같은 접근은 자궁내막암 진단으로도 확장됐다. 자궁내막암은 대부분 비정상적인 질 출혈 등 증상이 나타난 이후 초음파 검사와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된다. 현재까지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자궁내막암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효과가 입증된 검진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자궁내막 조직검사는 마취 후 자궁내막 안으로 기구를 넣어 조직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시행되는데 통증과 출혈을 동반할 수 있어 환자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크다. 특히 최근 자궁내막암이 젊은 미혼 여성에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러한 검사 방식에 대한 거부감으로 검사를 미루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자궁내막 병변이 의심되어 이러한 침습적인 검사를 받는 환자 중에 암으로 진단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질 분비물을 활용한 비침습적 진단 가능성을 확인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의료진이 환자의 질 내 분비물을 채취하고, 그 안에 포함된 DNA의 메틸화 패턴을 분석해 자궁내막암 여부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총 28개의 메틸화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진단 모델을 구축했으며 검증 결과 민감도 최대 82%, 특이도 96% 수준의 성능을 확인했다. 민감도는 암 환자를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능력을 의미하며 특이도는 정상인을 암으로 오진하지 않는 정도를 뜻한다.

 

이번 연구는 향후 생리대를 활용한 검사 방식 등으로 확장해 병원 방문 없이도 일상에서 손쉽게 암 발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조기검진의 접근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줄이며 치료 시점을 보다 최적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영택 교수는 “본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값비싸고 고통스러운 검사 대신 누구나 일상에서 아프지 않게 암을 진단하는 '스크리닝의 대중화'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이 기술이 전 세계 여성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임상 적용 확대와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병길 기자 bglee@newsonpeople.co.kr 작성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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