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한국형 ARPA-H 과제 선정
- 피부과 김현정 교수 연구책임, 만성 가려움·대상포진후신경통의 통합 플랫폼 구축 목표 -

▲지난 8월 7일 K-헬스미래추진단 회의실에서 개최된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사업 관련 사전 간담회에서 연구책임자인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김현정 교수(사진 아래 왼쪽 세 번째)를 비롯한 연구 컨소시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병원장 김우경) 컨소시엄은 보건복지부 ‘2026년도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복지·돌봄 분야의 ‘고령층의 보이지 않는 고통의 가시화와 해결방안’ 과제에 최종 선정, 가려움 분야 연구를 맡게 됐다.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김현정 교수가 연구책임자인 이번 과제는 ‘VISTA-Geri-ITCH’로 고령자의 난치성 가려움증과 대상포진후신경통(PHN)을 객관적으로 가시화하고 위험을 예측해 환자별 정밀중재로 연결하는 AI 기반 연구·실증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연구기간은 4.5년이며 전체 연구비는 최대 75억 원 규모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이 추진하는 보건의료 난제 해결형 연구개발 사업이다. 성공 가능성을 쫓기보다 성공할 경우 국민 건강과 의료체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고위험·고보상 연구를 지원한다.
◆ 만성 가려움, 측정되지 않아 관리되지 못했던 고령자의 고통
만성 가려움과 대상포진후신경통은 고령자의 수면과 정서, 일상생활을 크게 떨어뜨리지만 지금까지는 환자가 느끼는 정도를 숫자로 답하는 주관적 척도에 주로 의존해 왔다. 특히 야간 가려움은 수면을 방해하고 우울, 낙상 위험, 가족과 돌봄 종사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요양기관에서는 피부과 전문의에게 신속히 진료받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고령자에게 비전형적인 발진으로 나타날 수 있는 옴 등 감염성 가려움은 진단이 늦어지면 시설 내 집단감염과 2차 세균감염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가려움을 단순한 불편 증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해야 할 ‘감각고통’으로 보고 있다.
피부과 김현정 교수는 “고령 환자 가운데 밤새 가려움에 시달리거나 대상포진 이후 오랜 기간 통증을 견디면서도 ‘나이가 들면 원래 그런 것’이라며 참는 분들이 많다”며 “그동안 측정하기 어려워 관리되지 못했던 고통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가시화하고, 조기 예측과 맞춤형 중재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의 핵심은 자가보고식 평가에 머물렀던 가려움을 웨어러블과 피부영상 등 디지털 데이터, 바이오마커와 오믹스 등 분자 데이터를 결합해 객관적으로 정량화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디지털 표현형과 분자 엔도타입, 설명가능 인공지능(XAI)을 연결해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내고 적절한 중재로 이어지는 정밀의료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연구는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다기관 데이터의 공통규격과 예측·진단 AI 기반을 마련한다. 2단계에서는 고령자 메가코호트와 바이오뱅크를 구축해 가려움의 분자적 유형과 특성을 규명한다. 3단계에서는 거점병원과 1차의료기관, 장기요양기관을 연계해 실시간 관제와 중재기술을 현장에서 검증하고 한국형 가이드라인을 제안할 예정이다.
◆ 의대·약대·의공학 참여한 다기관 융합연구
가천대 길병원은 과제의 주관기관이자 표준화·현장실증 허브를 맡는다. 피부과 김현정 교수는 과제 총괄과 비대면 협진, 멀티모달 AI 기반 역중개 연구를 수행한다. 가천대 약학대학 심원식 교수는 가려움 기전과 멀티오믹스 연구를, 가천의생명융합연구원 김영재 교수와 의공학과 김광기 교수는 옴 검출 형광영상 장치와 웨어러블 긁기 계측, 피부영상 AI 기술 개발을 담당한다. 예방의학교실 문종윤 교수는 질병부담과 보건경제성, 정책 적용 근거를 마련한다.
또한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한양대학교, 한림대학교, 가톨릭대학교, 단국대학교와 아모레퍼시픽, ㈜아크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에버트라이 등도 참여한다. 각 기관은 대상포진후신경통 예측모델, 옴 조기진단, 다기관 코호트와 중앙 바이오뱅크, 피부노쇠지수, 맞춤형 외용제, 설명가능 AI 플랫폼, 천연물 후보소재, 데이터 품질관리 등을 분담한다.
김우경 병원장은 “이번 과제는 개별 증상 하나를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령자의 감각고통을 측정하고 설명하며 개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연구”라며 “가천대의 의학·약학·의공학 융합 역량과 참여기관의 강점을 모아 실제 요양·돌봄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표준과 기술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진은 성과를 논문과 특허에 머물지 않고 실제 환자 진료와 돌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메가코호트, 바이오뱅크, 피부노쇠지수, 디지털 표현형, AI 데이터셋과 국가 표준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아토피피부염, 만성 두드러기, 만성신장질환 관련 가려움, 당뇨병성 신경병증, 욕창 등으로 확대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AI는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로 활용하고, 최종 진단과 치료 결정은 피부과 전문의가 맡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