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서울대병원·가톨릭대학교 연구팀 다기관 연구
2012년~2023년 암 환자 74만 명 분석 “항생제 사용 기간도 늘어”
지난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암 환자의 임종 전 생애말기 동안 항생제를 사용하는 비율은 감소하지 않고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부터) 이대목동병원 김정한 교수, 서울대병원 유신혜 교수, 가톨릭대학교 심진아 교수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김정한 교수,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 가톨릭대학교 심진아 교수 및 이완택 연구원 공동연구팀은 지난 9월 29일 세계적으로 권위가 있는 ‘JAMA network open’에 ‘한국의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의 생애말기 항생제 사용(End-of-Life Antibiotic Use After the Life-Sustaining Treatment Decisions Act in Korea)’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12년부터 2023년까지 폐암, 간암, 위암, 대장암, 췌장암, 전립선암, 담도암, 유방암 등 8대 주요 고형암으로 사망한 성인 환자 74만 3,842명의 사망 전 6개월간 항생제 처방 양상을 대상으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전(2012~2017년, 34만 8,813명)과 시행 후(2018~2023년, 39만 5,029명)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사망 전 6개월 동안 한 번이라도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의 비율은 법 시행 전 88.3%에서 시행 후 90.8%로 증가했다. 특히 사망 전 3개월과 마지막 1주일처럼 사망에 가까운 시기에도 항생제 처방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항생제를 사용한 기간 역시 늘었다. 환자들의 관찰기간을 고려해 산출한 항생제 투여량은 법 시행 전 1,000명 환자-일당 231.4일에서 시행 후 261.6일로 증가했다. 특히 반코마이신이나 카바페넴과 같이 중증 감염이나 내성균 감염에 주로 사용하는 강력한 광범위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의 비율은 54.4%에서 63.9%로 9.5%포인트 증가했다. 이들 항생제의 투여량도 1,000명 환자-일당 63.8일에서 83.7일로 31.2% 증가했다.
연구팀은 연명의료결정법의 중단 항목에 항생제가 포함되지 않아, 생애말기 말기 암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불분명한 항생제가 불필요하게 투여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등 침습적인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항생제가 적극적 치료를 중단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고 돌봄을 지속하기 위한 일종의 의료적 절충안으로 선택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팀은 항생제 사용 자체를 일률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생애말기에도 항생제를 통해 감염으로 인한 불편한 증상을 줄이거나 분명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상태와 치료 목표, 예상되는 이득과 부담을 함께 고려해 항생제 사용의 적절성을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공동 교신저자인 이대목동병원 김정한 교수와 서울대병원 유신혜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도입 이후에도 생애말기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비율과 투여량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을 보여준 연구”라며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뿐 아니라 항생제를 포함해 생애말기에 시행되는 여러 치료가 환자에게 실제로 어떤 도움과 부담을 주는지를 치료 목표에 따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은 약물 부작용과 내성균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만큼, 말기 환자에서는 완화의료팀과 감염관리·항생제 적정사용 관리팀이 함께 환자의 상태와 치료 목표를 평가하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며 “향후 연명의료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생애말기 항생제 사용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