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음성유방암 다중표적 유전자치료 전략 제시
- 서울대병원,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조직에 TIF1γ 유전자 전달하자 암세포 증식 줄고 사멸 늘어
- 마우스 실험에서 종양 억제·폐 전이 병변 관찰 안돼…세포 실험에서 대식세포의 암세포 포식 활성 촉진

▲ 삼중음성유방암 전이 상태
암세포 내에서는 β-catenin·TGFβ 신호가 활성화돼 암세포의 증식과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동시에 CD47·CXCL5 기전을 통해 대식세포(sTAM, supporting tumor-associated macrophage)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돕는 상태가 되면서 암세포가 폐로 전이한다.

▲ TIF1γ 유전자치료
코돈이 최적화된 TIF1γ 유전자를 전달하면 암세포 내에서 TIF1γ 단백질이 다량 발현되고, 이에 따라 암세포의 β-catenin·TGFβ·STAT3 신호가 억제돼 증식과 움직임이 줄어든다. 동시에 CD47과 CXCL5가 줄어 대식세포가 암세포를 돕는 상태에서 암세포를 잡아먹는 기능을 되찾는다(tTAM, targeting tumor-associated macrophage). 이렇게 암세포 자체와 종양 미세환경을 함께 겨냥해 암의 악화를 억제한다.
이는 재발이 빠르고 쓸 수 있는 표적치료제가 한정된 삼중음성유방암에서, 유전자 하나로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억제하는 동시에 대식세포의 암세포 포식 기능까지 촉진하는 효과가 배양세포·환자조직·마우스 실험에서 각각 확인됐다.

▲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김효수, 의생명과학과 이은주 교수, 박효민 박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김효수·의생명과학과 이은주 교수(박효민 박사) 연구팀은 몸속에 원래 존재하는 TIF1γ(티프원 감마) 유전자를 개량해 삼중음성유방암 전임상 모델에 전달하고, 다중표적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Springer Nature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신호 전달 및 표적 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IF 81.2)’ 최신호에 게재됐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에스트로젠 수용체, 프로제스테론 수용체, 인간상피성장인자수용체2(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 HER2)가 모두 발현되지 않는 유방암이다. 전체 유방암의 약 20%를 차지하며 재발이 빠르고 다른 장기로 잘 퍼진다. 쓸 수 있는 표적치료제가 한정돼 치료는 주로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한다. 표적치료제라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신호 하나만 차단하는 기존 표적치료제는 암세포가 우회 신호를 켜서 차단 효과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TIF1γ는 여러 세포 신호를 조절하는 단백질로, 암에서는 이 유전자의 발현이 줄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연구팀은 2020년 TIF1γ가 간섬유화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혔고, 2022년 병든 간에서만 이 유전자가 작동하는 ‘스마트 유전자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2025년에는 폐섬유화로 적용 범위를 넓혔으며, 이번에 암으로 확장했다. 이번 연구에는 세포 안에서 단백질이 더 많이 만들어지도록 염기서열을 바꾼 ‘코돈 최적화’ 유전자(opti-hTIF1γ)를 사용했다.
연구팀은 서울대병원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7명의 종양 조직을 배양해 이 유전자를 전달했다. 유전자를 넣은 암세포에서는 전이 능력과 관련된 단백질 비멘틴과 증식 지표인 Ki67이 뚜렷이 줄고 세포사멸은 늘었다. 조직 밖으로 퍼져 나온 환자 암세포에서도 두 지표가 감소했다. 마우스 종양 조직으로 같은 실험을 하자 조직 밖으로 퍼져 나오는 암세포가 약 70% 줄었다.
마우스 실험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사람 삼중음성유방암 세포를 마우스 유방에 이식하고 14일 뒤, 유전자를 담은 지질 캡슐(리포좀)을 종양 주변에 주사했다. 실험 종료 시점 대조군 종양은 300㎣를 넘게 자란 반면, 치료군 종양은 훨씬 작거나 거의 보이지 않았다. 증식 중인 암세포가 차지하는 면적(Ki67 양성 면적)도 대조군의 10% 미만으로 줄었다.

▲ 마우스 종양. 대조군에서는 종양이 300㎣를 넘는 크기로 자랐지만, 치료군에서는 훨씬 작거나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전이에서도 차이가 났다. 대조군 림프절에서는 주입한 암세포가 발견됐으나 치료군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대조군 폐는 암 병변으로 폐포 구조가 심하게 무너진 반면, 치료군 폐는 정상 구조를 유지했다. 유방 젖샘관에 암세포를 직접 주입하는 다른 전이 모델에서도, 유전자를 미리 넣어 둔 암세포는 눈에 띄는 폐 전이 병변을 만들지 않았다.
신호 하나만 막는 기존 방식과 달리, TIF1γ는 암의 진행에 관여하는 세 가지 핵심 신호 경로를 동시에 억제하는 ‘다중표적’ 효과를 보였다. 배양한 삼중음성유방암 세포에서 TIF1γ는 첫째, 암의 성장과 이동을 부추기는 β-catenin 단백질의 분해를 유도했고, 둘째, 전이를 촉진하는 TGFβ 신호를 억제했으며, 셋째, 암세포의 생존과 면역회피를 돕는 STAT3 단백질도 분해했다.
면역 환경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유전자를 넣은 환자 유래 암세포에서는 암세포가 대식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내세우는 면역회피 단백질(CD47)과, 종양을 돕는 대식세포의 유입에 관여하는 물질(CXCL5)이 함께 줄었다. 연구팀은 STAT3 억제가 이 변화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식세포의 반응도 달라졌다. 이처럼 CD47·CXCL5가 줄어든 암세포와 함께 배양한 대식세포에서는 포식 작용을 촉진하는 수용체(SLAMF7)가 늘었다. 또 암세포주와 대식세포를 함께 배양하자 유전자를 넣은 암세포는 대식세포에 잡아먹히거나 사멸했고, 환자 조직 배양에서도 암세포 조각이 대식세포 안에서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렇게 암세포를 잡아먹는 기능을 되찾은 대식세포를 ‘종양표적 대식세포’라고 명명했다.
이번 연구는 전임상 연구로서, 연구팀은 향후 실제 환자 적용을 위해 전신으로 퍼진 암에도 쓸 수 있는 전달 기술 등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효수 교수(심혈관연구단)는 “기존 표적치료가 하나의 신호를 차단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연구는 TIF1γ 하나로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에 관여하는 여러 신호를 동시에 억제하고, 대식세포의 암세포 포식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암세포 자체와 종양 미세환경을 함께 겨냥하는 다중표적 유전자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