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 국회의원회관서 사진·사료 109점 전시
여야 의원 및 재독 간호사 참석… “헌신 기억하고 예우해야”



▲ 파독 간호사 60주년 기념 전시회, ’최초의 K-프로페셔널, 백의의 개척자들’ 기념행사
1960년대, 더 나은 삶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낯선 독일 땅으로 향했던 한국 간호사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전문직 간호사로서 자신의 길을 개척한 이들의 도전은 가족의 삶을 바꾸고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뒷받침했으며, 세계 무대에 한국 간호의 이름을 알린 소중한 역사가 됐다.
60년의 세월이 흐른 21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그 위대한 여정을 되돌아보고 선배 간호사들의 헌신에 감사하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간호협회(회장 신경림)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파독 간호사 60주년 기념 전시회: 최초의 K-프로페셔널, 백의의 개척자들’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박소향 재독한인간호협회 회장과 회원 90여 명, 노미자 재외한인간호사회 회장, 게오르크 빌프리드 슈미트 주한 독일대사,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 남인순 국회부의장, 김미애·김희정 의원, 서영석 의원 등 정계와 간호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국 간호의 역사를 개척한 파독 간호사들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했다.
파독 간호사의 역사는 한국과 서독이 각자의 경제적·사회적 과제를 안고 있던 시기에 시작됐다. 서독은 경제성장에 따른 간호인력 부족을 겪었고, 한국은 실업과 외화 부족 등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1966년 1월 31일, 제1차 파독 간호사 128명이 독일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
낯선 언어와 문화, 익숙하지 않은 의료환경 속에서도 이들은 전문성과 성실함, 환자를 향한 따뜻한 마음으로 현지 사회의 신뢰를 쌓아 갔다. 이들이 고국으로 보내온 급여는 가족의 생계를 지키고 형제자매의 교육 기회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개인의 도전이 가족의 미래를 바꾸고, 나아가 한국 경제 발전의 밑거름으로 이어진 것이다.
파독 간호사들의 의미는 경제적 기여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제 의료현장에서 한국 간호사의 전문성과 역량을 증명하고, 이후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는 한국 간호사들의 길을 넓혔다는 점에서 이들은 한국의 첫 전문직 해외 진출을 상징하는 ‘최초의 K-프로페셔널’로 평가받는다.
신경림 간호협회장은 기념사에서 파독 간호사들을 한국 간호의 빛나는 역사를 만들어 온 주역으로 소개하며 깊은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신 회장은 “선배님들은 단순한 경제적 기여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한국 간호의 역량을 증명한 최초의 ‘K-프로페셔널’이었다”며 “여러분이 보여주신 용기와 도전정신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후배들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전시에 담긴 사료와 기록을 단순한 전시품이 아닌 한 시대를 살아낸 간호사들의 꿈과 눈물, 가족을 향한 사랑과 책임감이 깃든 살아 있는 역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 회장은 또 “이번 행사는 한국과 독일이 함께 걸어온 우정의 역사를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라며 양국 간 우정과 국제적 연대가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기억할 때 유산이 되고, 이어갈 때 미래가 된다”며 “대한간호협회는 선배님들의 헌신이 미래 세대에게 자긍심과 영감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의 마음을 가장 깊이 울린 순간은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의 축사였다.
김 의원은 60년 전 낯선 독일 땅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파독 간호사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이들이 가족과 조국을 위해 감내했던 희생과 헌신을 되새겼다.
그는 “1966년 128명의 간호사가 더 넓은 세상을 향한 꿈을 품고 독일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며 “고국으로 보내온 월급은 가족의 생계를 지키고 형제자매의 배움을 뒷받침해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하며 고국에 희망을 전했던 선배 간호사들의 삶을 이야기하던 김 의원은 감정이 북받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축사 현장에는 잠시 숙연한 침묵이 흘렀다.
김 의원은 전시장에 놓인 독일어 사전과 태극기, 고국으로 보낸 편지 등 당시의 흔적에도 주목했다. 전시 자료 하나하나에 선배 간호사들이 남몰래 흘렸을 눈물과 땀, 가족과 조국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와 K-산업, 대한민국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최초의 K-프로페셔널이 바로 여러분”이라며 “이제 대한민국이 여러분의 헌신을 기억하고 합당한 예우로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파독 간호사들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자신도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남인순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도 파독 간호사들의 헌신에 감사를 전하며, 이들의 역사가 오늘날 한국 간호의 발전과 맞닿아 있음을 전했다.
남 부의장은 고국을 방문한 파독 간호사들을 마주한 소회를 전하며 “60년 전 헌신과 희생, 그리고 전문가로서 독일의 낯선 땅에 뿌리를 내려주신 여러분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파독 간호사들이 보여준 전문성과 헌신을 기억하는 것은 과거를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간호사들의 역할과 처우를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간호사들이 대한민국의 건강을 위해 하는 역할이 굉장히 크지만, 그 위상과 역할만큼 국회에서 제대로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간호사들의 현안을 잘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파독 간호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자신들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도록 오늘날 간호계가 마주한 과제에도 국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 간사)은 오늘날 세계로 확산한 K-컬처와 한국 산업의 성장에 앞서, 60년 전 한국 간호사들이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역량을 보여줬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 의원은 “60년 전에 그 K를 알린 분들이 바로 이 자리에 계신 파독 간호사분들이었다”며 “대한민국이 성장하는 가장 뿌리에 디딤돌을 놓은 분들이 한국 간호사들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낯선 땅에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과 가족을 위해 헌신한 파독 간호사들이 오늘날 번영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이번 전시가 파독 간호사들의 기록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후대 간호사와 국민에게 한국 간호의 역사적 의미를 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전시는 대한간호협회가 2008년부터 추진해 온 ‘간호역사뿌리찾기사업’을 통해 수집한 기록과 자료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전시장에는 파독 간호사들이 간호협회 역사박물관 건립을 위해 기증한 실물 자료 43점과 사진 66점, 동영상 및 음성 기록 등이 공개됐다. 국사편찬위원회와 국가기록원, 재외동포청, 관련 연구진의 협조도 더해져 당시의 생활상과 활동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전시는 ▲파독을 결심하게 된 배경 ▲독일 현지 생활과 초기 정착 ▲전문직 간호사로서의 성장 ▲국제사회에서 한국 간호의 위상을 높인 활동 등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전시 자료를 통해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전문직으로 성장한 간호사들의 삶을 살펴보고, 이들이 가족과 조국을 위해 감당했던 책임과 도전을 되짚어 볼 수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시 개최를 위해 협력한 관계자들에 대한 감사와 함께 테이프 커팅 및 단체 기념촬영이 진행됐다. 김미애·김희정 의원이 전시 개최를 위해 협력했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공동주최자로 참여했다. 대한간호협회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행사 2부에서는 성현인터내셔널 이희순 대표가 재독한인간호협회 회원들을 위해 의류 100점을 기증하는 감사의 자리도 마련됐다.
파독 간호사들의 역사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낸 개인들의 성공담만이 아니다. 전문직 간호사로서 세계를 향해 나아간 도전의 역사이며, 가족의 삶과 대한민국의 발전, 한국 간호의 국제적 성장으로 이어진 공동의 유산이다.
60년 전 낯선 독일 땅에서 시작된 도전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한국 간호사들의 발자취와 연결돼 있다. 선배들이 쌓아 올린 신뢰와 전문성은 후배들에게 길이 됐고, 그들의 삶은 한국 간호가 세계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역사적 토대가 됐다.
이번 전시는 그 시간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동시에, 간호의 가치와 전문직의 헌신을 사회가 어떻게 존중하고 계승해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60년 전 그들이 독일에서 일구었던 것은 단지 생계와 가족의 미래만이 아니었다. 한국 간호의 가능성이었고, 세계를 향한 새로운 길이었다. 이제 그 길을 개척한 선배들의 이름과 발자취를 기억하고, 그 정신을 다음 세대의 자긍심과 미래로 이어가는 것은 오늘의 간호계와 우리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