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약국 수는 2만1096곳에 이르나, 심야응급 약국에 참여하고 있는 비율은 전체의 0.3%인 56곳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8곳은 영업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국의 당번약국 119곳 중에서 10%인 12곳은 아예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았다.

지난해 시범사업 기간에는 한곳도 없었다가 올해 1곳 운영한다던 강원권의 경우는 문을 닫아 심야에 이용할 수 있는 약국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지난 3일부터 14일까지 현재 운영 중인 전국 심야응급약국 총 56곳과 당번약국 중 119곳을 방문해 의약품(까스활명수, 겔포스엠)을 구매하며 복약지도와 위생복 착용 여부를 중심으로 운영여부를 확인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경실련 조사결과, 심야응급약국은 96%인 46곳에서 복약지도나 아무런 설명 없이 약을 판매했고, 약 판매 시 일부 설명을 한 약국은 전국적으로 단 2곳이고, 119곳의 당번약국을 조사할 때에도 복약지도를 받은 곳은 전국적으로 5곳에 불과했다.

복약지도가 이뤄진 5곳의 경우도 간단한 설명 정도였고, 방문한 당번약국의 대다수에 해당하는 95%(102곳)는 복약지도나 아무런 설명 없이 약을 판매했다.

이는 상비약 수준의 간단한 약의 경우, 지금도 전국의 약국에서 아무런 설명 없이 약이 판매되고 있음이 증명된 것이어서 간단한 약조차 약국에서의 판매를 고집하는 약사회의 주장에 명분이 없음을 다시한번 증명해주고 있다고 경실련 측이 전했다.

경실련은 약품 판매시 소비자가 약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 위생복 착용여부를 체크했는데, 심야응급약국 31곳의 약국은 위생복을 착용하고 약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17곳의 약국은 위생복 미착용자가 약을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약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도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119곳 당번약국의 49%인 52곳은 위생복을 미착용한 채로 약을 판매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절반 정도에서 약사인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약의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식약청은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에게 약사 위생복과 명찰 패용을 강조하고 약사 위생복과 명찰을 패용한 약사에게서만 의약품을 구매해 줄 것을 당부한 바 있으며, 이는 약사법 시행규칙에서도 의무화하고 있다.

지자체 단속사항에서도 위생복 착용 여부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약국에서 약사가 아닌 무자격자에 의한 약 판매가 지속적으로 적발되면서 약사에게 위생복(가운)을 입게 하고 무자격자의 약 판매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약사의 약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경실련 측은 설명했다. 

경실련 측은 이러한 경우 비약사에 의한 약 판매가 실제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상비약 수준의 약 판매가 이뤄질 경우와 무엇이 다른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경실련은 모든 일반 약의 약국 외 판매가 아니라 안전성이 검증된 상비약 수준의 약으로 이미 90%의 가정에서 구비하고 있는 품목이면서도 고속도로휴게소와 같이 특수 장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화제, 해열진통제, 지사제, 진해제 등의 품목을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경실련은 복지부가 지금까지도 국민의 의약품 구매 불편과 접근성 제고와 관련한 개선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고 있지 못한 것을 지적하며, 주무부처로서의 책임의식을 갖고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서둘러 줄 것을 요구하며,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