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약품이 서울대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에 1원으로 낙찰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의약품을 정부 측이 정한 가격보다 싸게 구입할 경우 지급되는 인센티브가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시장형 실거래가제 참여 의료기관 및 약제상한차액(인센티브) 지급실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제도가 시행된 지난 해 10월부터 금년 2월까지 5개월 동안 인센티브 지급액은 총 106억21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 62.8%에 해당하는 66억6800만원으로, 종합병원은  같은 기간 동안 33.5%에 해당하는 35억600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이 96.3%를 차지했다.

반면, 일반병원은 2억1000만원, 의원급 의료기관은 1억3100만원, 약국은 5200만원에 불과했다.

의료기관 종별로 1개 기관 당 평균 인센티브 지급액의 편차는 더욱 심했다. 상급종합병원은 24개 의료기관이 총 66억680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받아 기관 당 평균 2억7783만원을, 종합병원은 129개 기관에서 35억6000만원을 받아 평균 2760만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병원은 636개 기관에서 2억1000만원을 지급받아 평균 33만원을 기록했고, 의원은  2054개 기관이 1억3100만원을 받아 평균 6만4000원, 약국은 1040개 기관에서 5200만원을 받아 평균 5만원을 받는데 그쳤다.

최영희 의원은 "지난 2009년 국정감사에서 서울대병원 등 국공립병원의 의약품 입찰과정의 문제점으로 저가낙찰 의약품의 원외처방 밀어주기 현상을 제기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최 의원이 밝힌 200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82원의 H제약사 혈압약은 서울대병원에 13.1%인 37원에 낙찰을 받아 원내처방 6만561건에, 404만9584원에 불과했지만, 원외처방은 건수 기준 14배인 83만9370건으로, 처방금액 기준 59배 수준인 2억3670만3234원에 달하는 등 다수의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제약사들이 저가낙찰로 대형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면 의사들이 환자에게 써주는 처방전에 자사제품을 올리기 쉽기 때문에 약국을 통해서 실제 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 의원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도입 후 의약품이 1원에 낙찰되는 등 저가낙찰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하고 있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합법적 리베이트 창구 역할을 하는지 여부를 정부차원에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