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 진료기록부를 발급하면서 점자자료 등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14일 서울 시내 일부 종합병원들이 시각장애인에게 진료기록부 등을 발급하면서 점자자료 등을 함께 제공하지 않은 것은 차별행위라고 판단하고, A대학교병원 등 8개 종합병원장에게 인쇄물 음성변환 바코드를 생성해 제공하거나 점자화한 자료 또는 표준텍스트파일 등을 함께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또 보건복지부장관에게는 전국 종합병원이 시각장애인의 진료기록부를 발급함에 있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 실시를 권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는 "서울 시내 종합병원들이 시각장애인의 진료기록부를 발급하면서 시력에 장애가 없는 사람만 볼 수 있을 정도의 활자 크기로 인쇄된 종이 사본을 제공할 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자료·표준텍스트파일 등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라며,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8개 피진정 병원 측은 현재 점자프린트가 구비돼 있지 않고, 전문적 의학용어가 많아 점자 등으로 발급하기 곤란하며, 진료기록은 병원이 환자에게 시행한 진료와 치료에 관한 모든 내용을 기록한 법적 문서이므로 가공이 여의치 않을 뿐만 아니라 관련 법령에 종이문서 이외의 기준도 명시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디지털문자정보를 점자자료로 변환해 출력하는 점자프린트와 이를 음성으로 변환해 들을 수 있는 인쇄물 음성변환 프로그램 등이 개발돼 이미 사용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위 기기들은 한글을 포함한 영어 등 외국어 정보도 처리 가능하고, 진료기록부는 발급 자격 요건에 해당할 경우에만 발급되므로 개인정보 누출이나 진료기록부 원본 훼손과는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의학 전문용어가 많아 점자화 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근거가 미약하다고 인권위측이 전했다.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동 시행령에 규정된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에 따라 시각장애인이 진료기록부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점자자료 등을 함께 제공하는 것으로, 다른 법령에서 별도로 점자자료 제공 등을 규정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종합병원들의 행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시각장애인의 의료정보 접근권을 제한하는 차별행위라고 인권위측은 덧붙였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종합병원의 경우 2009년 4월부터 전자정보 및 비전자 정보에 대해 시각장애인이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점자자료, 표준텍스트파일, 인쇄물 음성변환 출력기, 장애인용 복사기 또는 이에 상응하는 수단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