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해병 고위급 장교가 운전병을 성추행한 사건과 관련해 해군참모총장에게 가해자를 수사 의뢰하는 한편 소속 부대장에게는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를, 국방부장관에게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진정인(피해자 어머니)에 따르면 지난9일 새벽 해병A사단 고위급 장교가 군 휴양소에서 술을 마시고 부대내 관사로 복귀 중 운전병인 피해자를 차량 뒷좌석에 끌고 가 강제로 키스를 하고 바지를 벗기는 등 성행위를 강요하고 강제추행을 했다는 것.

또 그 충격으로 피해자가 자살을 시도하는 등 고통을 받고 있어 신속한 조사 및 권리구제를 원한다며 지난 13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고 인권위측이 설명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은 당시 술에 만취한 상태로 일부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으나 강제 추행 사실 및 구체적 경위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피해자의 구체적인 피해 진술과 일관성,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서와 사건 당일 차량운행, 위병소 CCTV 녹화기록 및 차량운행일지, 사건 발생 후 피해자의 자살시도와 피진정인의 피해자 접촉 정황 등을 종합해 볼 때 강제추행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의 이같은 행위가 군형법 제92조의2 강제추행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2항 규정을 위반해 강제추행의 범죄행위를 한 것이며,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의 인격권 및 성적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안전을 침해한 행위라고 단정했다.

이어 인권위는 고위급 장교로서의 책임, 피해자에게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입혔다는 점, 피해자 측이 형사 처벌을 강력히 원하고 있고 친고죄인 점을 고려해 해군참모총장에게 군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 의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피진정인은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강제추행에 이르렀다고 해명한 후 전역지원서를 제출했으며, 이 사건 이후 보직해임 조치를 받았다.

피해자는 현재 정신과 병원에 입원치료 중에 있으며, 군 당국에 의한 제2차 피해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국방부장관에게 본 사례를 교육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권고했다고 인권위측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