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원구에 살고 있는 김 모(52세)씨의 경우 노모의 간병비로 매달 200만원의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다가, 최근에는 노모의 마음까지 헤아릴 수 있는 성실한 간병인을 구하기가 힘들어 회사까지 그만두고 노모를 직접 돌보고 있는 상황이다. 김씨는 "당장 이번 달 생활비가 걱정"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2. 중랑구에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박 모(40세)씨는 최근 둘째아이가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해 거동을 하지 못하는 아이의 간병을 위해 며칠 휴가를 냈지만, 회사를 마냥 비워둘 수 없었다. 더욱이 직장에 있는 동안 아이를 대신 돌봐줄 간병인을 구하는 것 또한 힘들었고, 막상 간병인을 구해봤지만 간병비 부담이 커서 "만기도 안 된 적금통장까지 해약했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이 같은 간병인을 위해 간병이 필요한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신체적 부담을 낮춰줄 '환자안심병원'이 오픈된다.
환자안심병원은 간병서비스 비용을 추가로 내지 않기 때문에 하루에 6만원 이상,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한 달에 200만원 수준인 간병료가 절약된다.
서울시는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에 환자안심병원 운영을 위한 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우선 17일부터 총 4개 병동 중 2개 병동 90병상에 대한 가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3월 초에 서비스를 시작한다.
서울시는 간병이 주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단순히 간병인수를 늘리거나 간병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로는 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고 판단해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이 선진모델을 제시하게 됐다는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1인 가족 증가 등 사회구조 변화로 간병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가 그동안 수차례 제기됐으나, 간병은 여전히 사적영역으로 남아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 김민기 서울의료원장, 김경호 복지건강실장 등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회의과정을 약 1년여에 걸쳐 심도 있게 진행해 이번에 환자안심병원 운영을 추진하게 됐다.
여기에 투입되는 전문 인력은 총 173명으로, 간호사 144명, 병원보조원 24명, 사회복지사 등 5명이다. 1개 병동 당 간호사 6~7명과 병원보조원 1명이 한조를 이뤄 3교대로 간병에 나선다.
앞서 서울의료원은 간호사 79명을 신규 충원해 기존 간호사 1인당 환자비율을 평균 17명에서 평균 7명으로 대폭 줄여 보다 질 높은 간호·간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발판을 구축했다. 이는 일본·미국 등 선진국의 의료서비스 수준이다.
현재 급성기 병상 당 간호사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부족한 간호 인력을 대신해 보호자 상주 및 사적 간병인 고용이 관행인 실정에 있다. 급성기 병상은 낮 병상(day care)과 장기요양병상을 제외한 모든 병상으로, 주로 단기간 30일 이하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병상이다.
그러나 환자안심병원 간호사는 하루 24시간 의학적 수준을 요구하는 주사, 기도관리 간호, 단순 드레싱, 욕창 간호 등 전문 간호 영역뿐만 아니라 개인위생, 스스로 식사가 어려운 환자의 식사보조, 운동보조 등의 간병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병원보조원은 간호사와 함께 간병서비스를 수행하고, 사회복지사는 사무실에 상주하며 환자들의 심리사회적·경제적·퇴원계획·재활 상담 등을 담당하게 된다.
환자안심병원 이용은 진료 시 의사의 판단에 따라 결정, 입원일로부터 15일까지 가능하며, 의사의 판단에 따라 1주일 연장이 가능하다. 환자가 많은 경우는 대기 순서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
단, 소아·산모·정신질환·장기재활,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자, 기타 보호자 상주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 등은 의사의 판단에 따라 이용이 제한된다.
김민기 서울의료원 원장은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이 신체적·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환자 안심병원 운영을 시작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이 사업이 간병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모델을 찾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경호 서울시 복지건강실장은 "긴 병에 효자 없듯 긴 간병으로 가족들의 생계마저 위태로운 것이 현 주소"라며 “환자안심병원 제도를 잘 정착시켜 간병이 주는 각종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