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표적항암제인 ‘크리조티닙(crizotinib)’이 기존 표준항암제에 비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PFS, progression-free survival, 종양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유지되는 기간)을 2배 이상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종양내과 김동완 교수가 대표저자(공동 제 1저자, 사진)로 참여한 이 연구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21개국, 105개 센터, 347명의 환자가 등록된 크리조티닙의 최초 3상 임상시험이라고 설명했다.
이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IF(impact factor)=53.298) 2013년 6월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진행성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347명을 크리조티닙 치료군(173명, 크리조티닙 250mg 1일 2회 매일복용)과 항암화학요법군(174명, 도세탁셀 or 페메트렉시드 매 3주마다 1회 주사)으로 무작위배정하고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비교 연구했다.
그 결과, 연구의 일차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이 크리조티닙 치료군에서는 7.7개월, 항암화학요법군에서는 3개월로 크리조티닙 치료군에서 두 배 이상 연장됐다.
또 크리조티닙 치료군에서는 종양반응율(ORR, objective response rate, 항암제치료로 종양이 현저히 줄어든 환자의 비율)이 65%였으나, 항암화학요법군에서는 20%에 불과했다.
연구에 참여한 ALK 양성 폐암환자는 대부분 선암 조직형태를 가졌으며, 46%가 아시아인이었다. 크리조티닙 치료 관련 부작용은 일반적으로 경미한 수준이었고, 가장 흔히 보고된 이상반응들은 시야이상, 설사, 오심, 구토, 부종 등이 있었다.
김동완 교수는 "전체 폐암환자의 5%를 차지하고 있는 ALK 양성 폐암환자에서 표적치료제 크리조티닙이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에 비해 탁월한 항암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확증한 연구"라면서, "이제 새로 진단되는 진행성 폐암환자에게 ALK 유전자검사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폐암은 국내 발생 암 환자(20만2053명) 중 4위(10.3%)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인에게 흔한 암이나, 5년 생존율은 19.7%로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나빠 많은 환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크리조티닙의 우수한 치료 효과에 힘입어 진행성 ALK 양성 폐암환자의 생존기간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며, 폐암치료에 있어 환자 개인의 유전자적 특성에 기초해 환자에게 가정 적합한 치료제를 처방하는 ‘맞춤형(personalized)’ 치료시대가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은 ALK, EML4라는 두 가지 유전자의 융합에 의해 발생하는 폐암이다. 두 유전자가 융합되면 평소 잠잠하던 ALK 유전자가 갑자기 세포의 성장속도를 급속히 높이는 신호를 보내게 되고, 신호를 받은 세포는 암세포로 변한다. 크리조티닙은 ALK 유전자 신호를 차단시켜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크리조티닙(상품명 '잴코리')은 역형성림프종인산화효소(ALK) 수용체의 티로신키나제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로 초기임상결과에서의 우수한 치료성적을 바탕으로 미국 FDA 신속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2011년 12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ALK 양성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치료제’로 사용승인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