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건강과 질병의 효과적인 치료에 힘써야 할 약사가 오히려 약국 내에서 버젓이 가짜 약을 판매해오다 적발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시는 27일 이 같은 비리를 저지른 약사 12명과 약사 부인 등 약사면허가 없는 무자격 종사자 7명을 적발해 형사입건했다고 이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들은 가짜 의약품인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등을 조끼나 양복상의 등 자신의 옷 안주머니 속에 숨겨 최고 7배 이상 비싸게 판매하거나, 의사 처방전을 무시하고 자신이 비정상적으로 구매한 유사 의약품을 대체 조제했다.
또, 사람의 체질이나 질병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미리 조제·포장해 놓은 과립 형태 한약을 치질특효약인 것처럼 환자를 현혹해 판매해왔다.
이번 단속은 서울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시민들이 믿고 찾는 약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법행위를 적발한 첫 사례다.
서울시 특사경은 환자가 가운을 입은 약사를 믿을 수 밖에 없는 약국에서 인체에 유해한 가짜 의약품이 버젓이 팔리고, 사용기한이 지나 안전성과 유효성이 보장되지 않는 의약품이 판매되는 것은 약사가 시민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행위로, 제보 입수 후 지난 4월부터 수사에 착수해 이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형사 입건된 19명은 앞으로 약사법규정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며, 이와 별도로 행정처분으로 자격정지 또는 업무정지를 당하게 된다.
서울시는 현장에서 발견된 가짜 의약품, 사용기한이 최고 3년이 지난 전문의약품 등 총 32개 품목 1517정을 전량 압수했다.
단속결과, 이들은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정식 의약품인 것처럼 판매하거나(4곳) △약사 부인 등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7곳) △유통기한이 경과한 의약품을 조제 판매(3곳)하고 △의사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을 판매(3곳)하는 방법으로 불법행위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적발된 일부 약국에서는 환자 인적사항, 복약지도 내용 등을 기록한 조제기록부를 기재해 5년간 보존해야 하나 고의적으로 기록을 하지 않아 단속을 교묘히 피해왔고, 또 가짜 의약품을 한 알씩 미리 조제·포장해 정상 의약품인 것처럼 불법 판매하는 등 범죄사실 은폐를 위해 치밀하고 계획된 범행을 자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동작구 신대방동에 위치한 A약국 약사(남, 65세)는 이미 지난 1997년부터 2005년, 2007년 세 차례나 약사법 및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처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가짜 의약품과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상습적으로 판매하는 등 죄질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법 또한 교묘해 가짜 의약품인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 등의 경우 자신의 옷(조끼, 자켓, 양복상의) 안주머니 속 이곳저곳에 은밀하게 숨겨 판매하며 단속을 피하는가 하면, 정상의약품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여 판매하고자 압축포장기를 이용, 한 알씩 압축․포장하는 등 환자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했다.
조사결과, A약국 약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한 금액만 월평균 약 400만원에 이르고, 세무서에서 발급한 자료에 의하면 연간 매출액이 약 2억 원에 이르렀다.
게다가 이 약사는 고지혈증 치료제로 국내에서 유명한 전문의약품을 의사가 처방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자신이 비정상적으로 거래해 구매한 제조업소 등의 표시사항이 전혀 없는 유사 의약품을 임의로 대체 조제하기도 했다.
아울러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은 잠금장치가 있는 장소에 안전하게 보관해야 함에도 향정신성의약품(펜디정, 사용기한 2년경과)을 다른 의약품과 함께 개방·방치해 약사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했다.
A약국 외에도 3곳의 약국에서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팔아 적발됐는데, 이들은 보따리 행상으로부터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짜 시알리스 등을 1정당 3천원에 구입해 최고 2만원, 약 7배 비싸게 되팔았다.
이렇게 판매된 시알리스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 당초 함유 성분인 ‘타다라필’이 아닌, 비아그라 함유 성분인 ‘실데나필(165.2mg)’이 나와 성분이 정상 유통 의약품과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가짜발기부전치료제를 심혈관, 저혈당 등 특이 질환자가 임의로 복용 시에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금천구 시흥동에 소재한 E약국 약사(여, 47세)는 사람의 체질이나 질병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미리 조제·포장해 만들어 놓은 과립 형태의 한약과 일반의약품 치질약을 함께 복용하면 치질에 특효가 있는 것처럼 환자를 현혹해 판매하다 적발됐다.
특히 수술 날짜를 받은 환자도 여기서 약을 복용한 후 나았다고 하면서, 믿고 15일분 약을 구매하도록 권유, 판매하는 등 치질 전문약국인 것처럼 약국을 운영했다.
하지만 소문을 듣고 군포에서 찾아간 최 모(남자. 59세)씨는 치질약 15일치를 구매해 복용 한 후 치질이 완치되기는커녕 설사만 2~3일 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B약국 등 7곳은 약사 부인이나 의약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전혀 없는 저렴한 인력을 고용, 약사면허가 없는 무자격자가 의약품을 판매해오다 적발됐으며, B약국 약사 부인(여, 75세)은 가짜 의약품과 피부질환치료제를 의사 처방전 없이 임의로 불법 판매해오다 단속됐다.
최규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과장은 "시민들이 믿고 찾는 약사가 가짜 의약품을 파는 행위는 시민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철저하게 수사해 적발 시 강력히 처벌해 나갈 계획"이라며 "시민들 스스로도 전문의약품을 구매할 경우 반드시 의사 처방전을 발급받아 의약품을 구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병길 기자>